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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책임감 있는 공무원이 절실하다

책임감 있는 공무원이 절실하다

 

2016-05-04

 

  며칠 전 4월 28일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탄신을 기리는 국가기념일이었다. 이순신 장군은 1545년에 태어났다. 대한민국의 기념일 중 위인들의 생일을 기념하는 것은 둘뿐이다. 하나는 세종대왕 탄신을 기념하는 스승의 날이다. 이순신 장군은 충신의 표본이다. 장군은 몸을 바쳐 국가를 구했고, 애국·애민 정신에서 누구도 비교할 사람이 없는 분이다.

 

  이순신 장군은 기적을 만든 사람이다. 23전 23승. 한 번도 지지 않았다. 명량해전의 경우에는 13척의 함선으로 133척의 거대한 적군을 완파하기도 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위대한 승리를 경탄하기에 앞서 수많은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우선 군사력과 화력 등 전력의 차이가 엄청났다. 일본군은 통일을 이루기까지 수많은 전쟁을 통해 실전 경험이 풍부하고, 조총이라는 신무기로 무장한 정예병이었다. 일본군은 중국을 정복하겠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조선 해군은 몇 달 전 부산 앞바다에서 일본 해군에게 완전히 궤멸당한 후 적의 위세에 공포감으로 가득 찬 패잔병이었다. 내륙에서 우리 육군은 연전연패 추풍낙엽이 되어 국가의 존망이 임박한 상태였다. 해군을 해산하고 육군에 편입하려고 했다. 그런 상황에서 조선 해군이 어떻게 승리할 수 있었을까. ‘아직 신에게는 열두 척의 배가 있습니다.’ ‘살고자 하면 죽기를 각오하고 싸워야 한다.’ 장군의 책임감이 나라를 구했다.

 

  중소기업이 부도의 위기에 처하게 되면 사장은 밤잠을 자지 않고 머리를 쥐어짜며 생각하고, 온갖 가능성을 다 찾아다니며 동분서주한다. 어떤 경우에는 목숨을 버릴 각오를 한다. 그렇게 싸워서 회사를 살린다. 이순신 장군이 그랬다. 병참과 군사의 이동 경로인 남해안을 놓치면 나라가 망한다. 모든 수단을 강구하여 이를 차단하여야 한다. 그 책임자는 장군 자신이었다. 책임을 완수해야 한다. 잠을 이루지 못하고 초조하게 고뇌하고 또 고뇌하면서 밤을 새웠다. 전선의 상황을 치밀하게 파악하고, 절치부심 필살의 전략을 찾아내야 한다. 장군은 오죽하면 시름에 차서 간장을 녹인다고 노래하였을까. 그것이 책임감이다.

 

  우리나라는 쌀 관세화를 20년간 연기하면서 연간 쌀 의무수입물량이 41만t에 이르게 되었다. 일본, 대만은 모두 초기에 관세화를 받아들였기에 쌀 수입물량이 매년 수백t에 불과하다. 우리가 수입하지 않으면 안 되는 41만t은 우리 생산량의 10% 수준이고, 금액으로는 1조원 가까이 되는 시장이다. 정부가 쌀 관세화를 추진하려 했을 때 농업인들이 격렬히 반대하고 관련 단체, 학계 등이 이에 동참했다. 정치권은 이런 분위기에 편승하여 의사 결정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제 다시 이 일을 결정한다면 절대 이렇게 되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공무원들은 그때의 상황이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 모든 책임은 공무원이 져야 한다. 죽을 각오를 하고 막았어야 한다. 이순신 장군과 같이 모든 수단을 강구했어야 했다. 길이 있었을 것이다. 필자도 재연장을 한 2004년 당시 그 주변에서 일했다. 발만 동동 구르며 어찌하지 못한 것이 몹시 후회스럽기만 하다. 부끄럽기도 하다.

 

  지금도 그런 일이 많다. 청년 실업 문제, 조선 등 쇠락 산업 문제, 저성장 경제구조 문제, 사회적 갈등 문제, 노동개혁, 교육개혁, 금융개혁 문제, 개성공단 문제, 북한 핵 문제, 통일 문제, 정치권의 포퓰리즘 문제 등 모든 일이 그렇다. 누군가가 나서서 일을 해결해야 한다. 이런저런 사유로 반대하는 세력이 만만치 않은 사안들이다. 정치적으로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해결해야 할 장애물들이다. 흉내만 내서는 안 된다. 대처 총리의 영국 정부와 같이 전쟁을 각오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그 안에서 일하는 돌쇠 같은 공무원들이 있어야 한다.

 

  과거 정부청사에는 한밤에도 늘 불이 켜져 있었다. 노심초사 멸사봉공, 나라를 걱정하며 일하는 공무원이 있었다. 지금 국가가 백척간두에 서 있다. 저녁 6시가 되면 퇴근하는 직업인으로서의 공무원이 아니라 무한책임 자기희생, 해결사로 일하는 구국의 공무원이 필요하다. 이순신 장군을 전쟁 영웅으로만 기리지 말고 책임을 다하는 공직자의 모델로 삼으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원문출처] [서울신문-오피니언-수요 에세이] 책임감 있는 공무원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