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예우' 없애려면 사전 구속 관행부터 폐지하라

 

  최근 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 게이트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사건은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도박 혐의로 구속된 후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직 판사였던 최유정 변호사에게 50억원의 수임료를 준 것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파급됐다.
  사건 수임료로는 너무나 큰돈이어서 서민들을 크게 놀라게 했다. 이어 이 사건의 진행 과정에 전직 검사였던 홍만표 변호사의 관여와 현직 검사들의 개입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온 나라를 더욱 시끄럽게 만들었다.
  전관예우 문제가 다시 부각되고 급기야 법조 비리 문제로 확대 발전돼 이제는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추진 등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날까. 특별한 전직 검사들과 판사들이 현직 검사들과 판사들에게 사건을 잘 부탁해 구속을 면하게 해주고 형량을 줄여 줄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속이 예상되면 검찰을 아는 사람을 찾아 나서고 재판을 받게 되면 담당 판사를 잘 아는 사람을 찾아 나선다.

  어떻게 이를 막을 수 있을까. 다른 나라의 현실과 비교해 보면 우리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점의 큰 골격을 쉽게 짚어 볼 수 있다. 이런 일이 가까운 일본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판검사를 했던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후배들에게 일을 부탁해 해결하는 것이 후배들에게 부담을 주고, 이는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는 일본인들의 일반 윤리 의식과 법률가로서의 자존심에 반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한국에서는 이런 분위기에 도달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고 판검사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하지 못하도록 할 수도 없을 것이다.

  미국에서도 이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미국의 사법제도는 인신 구속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어 이를 면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고 공사 구분이 더 확실한 합리적인 사회이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하나, 발상의 전환을 해보면 어떨까. 우리도 판결이 날 때까지 지금 관행화돼 있는 사전 구속 관행을 원칙적으로 폐지하는 것이다. 그러면 구속과 관련된 많은 부조리가 사라지지 않겠는가.

  구속 우선 관행. 우리는 공무원 비리 사건이나 대기업 총수들의 잘못이 세상에 알려지면 왜 구속하지 않느냐고 여론이 비등해진다. 죄가 정말 있는지 없는지는 나중에 살필 일이고 우선 구속해야 시민들의 분노를 가라앉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형사사건들이 구속을 전제로 절차가 진행된다. 선진국에서 불구속 재판이 원칙인 것과 크게 대조된다. 정운호 사건의 수임료가 턱없이 올라갈 수 있었던 발단도 사실은 구속을 면하게 해달라는 데서 시작됐다고 한다.

  구속이 안 되면 법적 대응도 자유의 몸으로 할 수 있고 계속되는 사업도 마무리 지을 수 있게 된다. 그러니 경제적 가치로 말하면 50억원 이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과 같은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헌법에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 있고 인신 구속을 할 때에는 엄격한 제한과 절차가 법에 정해져 있다. 하지만 여론과 언론에는 나쁜 사람들을 무조건 구속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이 일반화돼 있고 그래서 관행화됐다.

  사실 구속 우선 관행은 사회적 정의에 어긋난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전 대표와 같이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은 처벌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예로부터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잘못은 했지만 정당하게 자기를 변호할 수 있는 권리가 확보돼야 한다. 그것이 법치주의다. 그리고 국가는 열 사람의 나쁜 사람을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한 사람의 억울한 사람을 구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래서 자신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그리고 자신이 지은 죄에 비해 더 지나친 처벌을 받지 않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할 수 있는 기회가 확보돼야 한다. 현실적으로 국가 사법기관은 재판의 증거와 자료를 확보하는 인력과 예산이 방대하다.

  하지만 이에 비해 상대방인 ‘개인’은 너무나 빈약하다. 그런데 그마저 인신 구속을 통해 손발을 꽁꽁 묶어 버리면 게임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사회적 정의에 반한다. 이런 원리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유죄가 확정되기 전에는 가급적 인신 구속을 하지 않는 제도가 확립된 것이다.
  이 때문에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큰 구속 우선 관행을 바꿔야 한다. 구속 우선 관행은 개인의 기본권을 위협하고 쟁송 비용을 증가시키고 법조 비리를 유발한다. 그리고 우리 헌법과 법이 정한 제도에 반하며 국가권력을 필요 이상으로 비대화해 사회 정의를 약화하는 측면이 있다.

  전관예우 비리는 어쩌면 우리 모두가 공범이다. 죄가 밉다고 감성적으로 법을 잘못 집행한 결과다. 이것은 마치 신호등이 잘못돼 서로 차가 엉키고 시민들은 서로 다투고 있는 상황에서 교통경찰관에게 권력을 더 주고 위반자를 모두 처벌하자는 것과 같다. 신호등을 고쳐 주면 될 일이다.

(한경비즈니스 리더스뷰,  201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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