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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사는 세상

정의에 관하여

정의는 우리말 사전에서 ‘진리에 맞는 올바른 도리’라고 풀이된다. 영어로는 justice가 있고, righteousness가 있다. 법률에 많이 쓰이는 justice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정의를 담당하는 여신 유스티티아(Justitia)에서 유래됐다. 법원 앞에는 대개 그녀의 동상이 서 있다. 이렇듯 justice는 법의 집행과 관련돼 사법적 절차적 의미가 강하다.

righteousness는 올바른 도리가 강조된다. 서양사람들도 정의는 절대로 죽지 않는다는 성경 말씀을 신봉했고, 정의란 군대로도 무너뜨릴 수 없는 무적의 요새와 같다고 생각해 왔다. 다만, 플라톤은 스승 소크라테스가 죄 없이도 처벌 받은 현실에 주목하면서 그는 힘이 정의라고 말했다.

정의에 대해 서양에서는 절대론과 상대론이 공존해 왔다. 사실 정의는 선도 될 수 있고, 악도 될 수 있다.

전쟁을 치루는 두나라 사이에는 한 나라에서의 선은 다른 나라에서의 악이 될 수 있다. 서로 적을 무찌르는 게 정의가 된다. 한 국가의 정권이 반대파에 의해서 무너지거나 바뀌었을 때도 기존의 정의가 악이 될 수 있다. 정의는 강자의 소유가 되고, 역사는 승리자의 편에서 기록되는 게 현실이다.

정의는 선으로 미화될 뿐, 선자체는 아니다. 과거에는 절대적인 정의가 존재한다는 생각이 주도적이었으나, 역사적 시련을 겪으며 정의는 상대적이라는 생각이 일반화 됐다.

정의가 절대적으로 옳은 것을 추구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다소 실망적일 수 있지만, 정의는 공동체 안에 존재하는 상대적 가치라 할 수 있다. 마이클 샌델은 공동체 안에서 정의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정의가 얼마나 상대적이고 선택적인가를 잘 설명하고 있다.

정의에는 3가지의 단계적 측면이 있다고 한다. 첫째, 분배적 정의다. 자원 배분의 결과가 각 개인들의 기대에 적합해야 정의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생각이기도 하다.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 사람들은 부당하다고 인식한다. 반면, 자신의 기대보다 더 많은 자원을 받게 돼도 부당하다고 인식하는 때가 있다.

둘째, 절차적 정의가 결여되었을 때이다. 자원을 배분하는 각종 의사결정 과정에서 자신들이 배제되고 멸시당해 공정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경우에는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으면서도 절차가 공정하다고 생각하면, 분배도 공정하다고 인식한다. 절차가 공정하다는 느낌은 정의의 핵심 요소일 수도 있다.

셋째, 응보적 정의이다. 정의롭게 성립된 체제나 의사결정 결과를 훼손한 자에 대한 처벌과 사회적 질서의 회복을 요구하는 정의이다. 중대한 위반이라고 여겨질 경우 그만큼 강력한 처벌을 요구한다. 분배적 정의나 절차적 정의가 보장되지 않은 체제라고 생각하면, 이런 응보적 정의도 약해진다. 사회적 질서를 위반하거나 훼손하더라도 그것을 크게 비난하지 않게 된다. 생명력을 잃은 사회라 하겠다.

프랑스 국민은 정의의 힘으로 대혁명을 이끌었다. 빅토르 위고는 레미제라블에서 정의는 그 안에 분노를 지닌다고 설파했다. 그는 정의에서 나오는 분노는 기존 질서에 대한 강한 부정과 압제에 대한 강한 거부가 분노에까지 이르러야 한다는 것을 보았던 것이다.

그러한 분노는 불가피하게 많은 불의를 낳게 된다. 나찌가 유대인을 죽이면서, 중국의 홍위병이 많은 지도자들과 선량한 국민들을 살해하면서, 탈레반이 인류역사에 값진 유적을 파괴하면서 정의를 부르짖었다. 정의라고 주장했으나 정의가 없었기에 폭력이 됐다. 분노를 조절해야 한다. 파스칼은 힘없는 정의는 무력하고 정의 없는 힘은 폭력이라고 말했다.

정의는 보이지 않고 상대적이기는 하지만, 분명히 존재한다. 존재해야 한다. 죽지도 않는다. 이것을 믿어야 공동체이다.

정의를 실현하려면 정의가 힘이 있어야 하고, 정의를 지속시키려면 공동체가 분노를 조절할 사랑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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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중소기업투데이(http://www.sbiz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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