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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지난 금요일 밤에 농림수산식품부는 아까운 일곱명의 식구들을 잃었습니다.
출장 중에 어이없는 자동차 사고로 귀한 생명들이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삼가 명복을 빕니다.

너무 아깝고 허망하고 억울해서 멍하기만 합니다. 무언가를 쓰고 싶어 시작을 했지만, 막막하기만 합니다.

제가 사랑했던 우리 일곱 식구들!
더구나 운전을 했던 충남 태안군 담당계장의 음주사실이 밝혀져 인터넷 상에 많은 악플이 올라왔습니다. 괴로운 마음입니다.

여러가지 이유로 사실을 정확히 알려야겠다는 마음이 들어 이 글을 올리고자 합니다.
아직도 마음이 정리가 되지 않아서 잘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지난 3월 26일 금요일에 지역개발과 김영준 과장과 12명의 직원들이 평택과 태안으로 1박2일 워크숍을 갔습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부처통합 이후 소속기관간에 서로 업무의 이해를 넓히고 일하는 방식도 참고하면서 직원들간의 친목을 넓히기 위해 기관방문행사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4개과가 실시했습니다. 예를 들어, 원양정책과는 인천 수산종묘배양연구소를 방문하고, 농지과는 식량과학원을 방문하는 식입니다. 이번에 지역개발과는 식물검역원 중부지원 평택사무소를 방문하였습니다.

그리고, 지역개발과에서 추진하고 있는 농촌마을 종합개발사업 현장도 방문하기로 하였습니다. 종합개발사업은 현재 221개 마을이 완료되었거나 진행중인 사업입니다. 앞으로도 계속될 사업이어서, 김영준 과장은 30개 정도의 마을에 대해서 이 사업의 성공과 실패요인을 분석 평가하기로 하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가장 성공적으로 추진되어 포상도 받은 "별주부권역 농촌마을"을 둘러보기로 한 것입니다. 그래서 1박 2일의 계획을 세워 계획대로 진행하였습니다.

첫날 기관 방문 후 별주부권 마을로 와서 주민들과 간담회를 마치고 저녁을 먹었습니다. 주민 등 20여명이 저녁을 먹었고, 반주로 술도 먹었다고 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사고 차량의 운전을 했던 분이 평소 술을 잘 하지 않고 그 날도 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고 얘기했지만, 3월 29일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음주측정 결과 혈중알콜농도가 0.154라고 밝혔습니다.
 
불행입니다. 그리고 이런 일이 벌어져 송구스러울 뿐입니다.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그 날 저녁을 먹고 9시경에 직원들은 3대의 차량에 나누어 타고 바로 인근에 있는 숙소로 향했습니다. 먼저 출발한 2대의 차량은 곧 도착했습니다. 그러나 한 대의 차량은 아무리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전화를 해도 통화가 안되었습니다.

거의 세 시간의 수색 끝에 해안에 있는 자라바위에 충돌한 사고차량을 발견했습니다. 밤 12시경이었습니다. 8명 전원이 사망한 대형사고였습니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말입니까? 그럴 수는 없습니다. 어떻게 도로를 달려야 할 차량이 해안에 있는 돌섬에 부딪치는 사고로 귀하디 귀한 8명의 인명을 앗아갈 수 있다는 말입니까? 어떻게 이것을 설명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운전을 했던 분은 성실하고 꼼꼼하고 일에 열정을 가진 사람이라고 합니다. 군청에서 종합마을을 담당하는 계장이고, 그 마을에서 살고 있습니다. 사고 지점에서 1km에 집이 있습니다.

사고가 났던 섬은 전설을 가지고 있습니다. 별주부전의 발생지로 이 이야기에 나오는 토끼가 간을 감추어 놓았던 곳이 이 섬이라 합니다. 스토리가 있는 곳입니다. 그래서 종합개발사업의 명칭도 별주부마을종합개발사업이 되었습니다.

마을에 도착한 낮 동안에 일부 직원들은 이 섬을 보았다고 합니다. 아마도 사고 차량에 탔던 사람들은 이 섬을 보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특히 김영준 과장은 이 섬을 못보았던 모양입니다. 운전하던 담당 계장님은 이 섬을 꼭 보여주고 싶었을 것입니다. 숙소에서 아주 가까운 바닷가였기에 잠시 들러 오자고 했을 것입니다.

바닷가는 모래사장이 아주 잘 발달되어 있는데, 차가 충분히 다닐 정도로 모래가 단단합니다. 모래사장도 자랑하고 싶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일단 모래사장에 들어오니 장애물도 없고 운전이 편해져서 속도를 냈던 모양입니다.

그날 밤 해무가 끼어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경찰의 말에 의하면 해무도 해무지만 밤바다여서인지 5m 앞이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근처 지리를 손바닥 같이 알고 있었을 운전자는 자라섬이 한참을 가야 나오리라 생각했지만, 속도가 있던 차량은 준비할 겨를도 없이 벽같이 세워진 바위섬에 부딛히고 말았습니다. 물론 취했기 때문이라 짐작됩니다.

이상하게도 차가 부딪친 바위 앞까지는 모래바닥에 전혀 장애물이 없었습니다. 땅에 솟아난 작은 돌들도 없었습니다. 1m만 옆으로 가도 몇개의 돌멩이들이 있었는데요. 그래서 차량이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기회도 전혀 없었던 것이지요. 운명이란 참으로 이상합니다. 이런 사고를 기다리고라도 있었던 것처럼... 어떻게 사고 차량은 그렇게 좁은 자리를 찾아들어 갔을까요?

김영준 과장은 제가 비서관으로 데리고 있었던 아주 유능한 공무원이었습니다. 유능해서 제가 비서로 쓰는 것 보다는 실무에서 일을 하는 것이 우리 조직에 이롭겠다 생각해서 농정과장을 제안했으나 아직 자기 차례가 아니라고 고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유학가서 전공으로 공부를 했고, 평소 관심이 많았던 지역개발업무를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또 지역발전위원회에서도 1년간 파견근무를 했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지역개발과장으로 가서 정말 열심히 일했습니다. 씩씩하게 일하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김과장은 철학이 있었고, 열정이 있었습니다. 흠 잡을데 없게 일을 했습니다. 믿음이 가고, 기대가 컸습니다.
그러다가 이렇게 되었습니다. 제가 후회가 됩니다. 한이 됩니다. 제가 부덕해서 이런 불행이.....

이제 불러도 대답이 없는 이름들을 불러 봅니다.
김영준 과장, 허훈 서기관, 임명근 서기관, 강동민 서기관, 한희경 사무관, 황은정 실무관, 배선자 실무관!

아! 이렇게 어이없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단 말입니까? 이렇게 귀한 사람들이 왜 이렇게 가야 한단 말입니까? 이들이 남겨 놓고 간 유족들은... 모두 배우자가 있고, 아이들이 10명이 있습니다.
한 살짜리 두 명, 두 살짜리 한 명, 그리고 여섯 살, 일곱 살, 아홉 살, 많은 애가 열 세살....... 가슴이 찢어집니다. 꼬마 녀석들이 웃을 때, 가슴이 더 아팠습니다.

이들은 유명을 달리 했지만, 이들이 품고 있던 꿈과 열정을 우리가 이어 받아야 하겠습니다. 남아 있는 우리가 알차게 꽃을 피워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남기고 간 열 명의 아이들을 잘 키워야 하겠습니다. 죽음을 통해서 우리는 삶을 배웁니다. 죽음을 통해서 우리는 삶을 변화시킵니다. 이 죽음들이 헛되지 않게 우리의 삶이 더욱 가치있게 되도록 경건하게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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