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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여는 편지

새벽을 여는 편지88 - 향나무


향나무가 되리라

나는 한 그루 향나무가 되리라
구불거리며 더디 자라도 좋아라
한 시절 피는 꽃에만 향기를 담는
그런 나무는 되지 않으리라

깊은 향내 온 몸에 녹아들어
줄기가 되고 뿌리가 되어서
사철 온 산에 은은한 향기로
스며나리라

그러다가 쪼개지고
그리고 태워지면
더 진한 향기를 뿜고

그래서 재가 되어도
마냥 향기를 풍기는
그런 한 그루 향나무가 되리라


안녕하십니까. 장태평입니다.


‘향나무가 되리라...’ 아주 오래 전에 제가 지은 시입니다.

새로운 출발을 앞둔 요즘 이 시가 괜스레 마음에 와 닿습니다.
나는 과연 내가 걸어온 길에서 온 산에 은은한 향기를 풍기는 향나무였는지...
아님 한 시절 피는 꽃에 불과했는지... 돌아보고 또 돌아보게 됩니다.

작년 7월이었지요? 충남 사이버농업인 경진대회에서의 일입니다.
농업인들이 저에게 지게를 지게 하면서 ‘우리 농업을 지는’ 의미라 했습니다.
또 북을 치게 하면서 ‘우리 농업과 농업인의 발전을 위해 북을 울리라’는 의미라 했지요...

그때가 부임 후 1년. 현안을 챙기고 농어업의 변화를 꾀하고자 정말 앞만 보고 달리던 때였습니다. 산적한 과제들이 너무 많아 주위를 돌아볼 여유가 없던 시기였지요...
정말 진정성을 갖고 열심히만 하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날 들은 지게와 북의 의미는 저 자신을 차근차근 돌아보게 했습니다.
숨 가쁘게 달리고 있지만 과연 내가 가는 길이, 내가 옳다고 하는 이 길이 우리 농어업과 농어업인의 궁극적인 발전을 위한 것인지...

그렇게 고민하고 되짚어보면서 또 1년을 달려왔습니다.

이제 저는 제가 농어업의 진정한 향나무였는지 돌아봅니다.
더디 가는 것이 허락되지 않아 향기를 품지 못했다면 이제부터라도 구불거리며 은은한 향기를 품으려고 합니다.
진한 향기를 위해서라면 쪼개지고 태워져도 개의치 않으렵니다.
우리 농어업과 농어업인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재도 되렵니다.
자유인 장태평은 이렇게 향나무로 새 출발을 하려 합니다.

소식을 듣고 많은 분들이 위로와 격려를 주셨습니다.
블로그를 통해, 이메일을 통해, 그리고 이 편지의 회신을 통해서도요...
넘치는 사랑에 거듭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이 편지를 받아보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도 많이 보내오셨습니다. 모자람이 많은 글을 이렇게도 아껴주시니... 정말 고마울 따름입니다.
그래서 고민을 해봤습니다.
우리가 계속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방법으로 뭐가 좋을까...

제 티스토리 블로그 새벽정담(http://taepyong.tistory.com)이 어떻겠습니까?
새벽정담에 새벽을 여는 편지 코너가 마련돼 있습니다.
다음 편지부터는 거기에 제 마음을 올려놓겠습니다.
들러서 좋은 이야기 많이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항상 건강하고 안전하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10년 8월 17일
장태평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