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56 대나무의 강함과 온유함 대나무는 강직하여결단할 때 몸을 굽히지 않고 몸통을 가른다 그러면서도 대나무는 오를수록 온유하여 바람이 불어 올 때 머리를 세워 맞서지 않는다 2016. 11. 19. 오늘은 아침 세수를 하며 나는 한 마리 매미가 된다 17년을 땅 밑에 묻혀 살다가 오늘 아침 탈바꿈하며 드디어 세상에 나오는 한 마리 매미 아침 해맑은 거울을 보며 나는 땅위에서 7일을 산다는 첫째날의 매미가 된다 종일토록 비가 내릴지라도 오늘은 맑은 세상의 첫날 고진감래, 인과응보, 윤회..... 오늘은 끝이 없는 어둠과 고난 속에서 꿈이었던 그날 빛이었던 그날 그래, 부활의 탈바꿈 오늘 나는 어제까지의 두꺼운 껍질을 벗고 투명한 새 날개를 갖는다 나는 오늘 맑은 영혼의 하늘을 향해 드디어 무대에 오르는 아름다운 매미가 된다 2013. 12. 21. 담장이 풀 전철 속 옆자리, 아주머니 품 속에 꼬맹이 한 녀석이 붙어 있다 벽에 붙어 있는 담장이 풀같이 흔들거리면서 나풀거리면서 힘이 넘치는 담장이 풀은 내 벽으로 넘어온다 내 뺨을 만지는 솜털 조막손 외롭던 나는 가슴이 따뜻해진다 그래, 담장이는 벽이 외로울까 봐 벽의 외로움을 덮어 주려고 벽에 붙어 자라는 것이다 벽의 큰 외로움을 품기에는 너무나 작은 조막손 그래서 무수히 많은 잎을 내놓는 것이다 몇 번이고 와닿는 포근한 조막손 2013. 4. 6. 청계산 마음 2013. 1. 6. 향나무가 되리라 향나무가 되리라 나는 한 그루 향나무가 되리라 구불거리며 더디 자라도 좋아라 한 시절 피는 꽃에만 향기를 담는 그런 나무는 되지 않으리라 깊은 향내 온 몸에 녹아들어 줄기가 되고 뿌리가 되어서 사철 온 산에 은은한 향기로 스며나리라 그러다가 쪼개지고 그리고 태워지면 더 진한 향기를 뿜고 그래서 재가 되어도 마냥 향기를 풍기는 그런 한 그루 향나무가 되리라 2010. 4. 27. 하늘이 되는 바다 해가 지면 바다는 하늘이 된다 온종일 아무렇게나 불어오는 바람 참다가, 시달리다가 바람을 거스르려 파도를 일으키고 명주실보다 가느다란 수평선 위에 비어있어도 무거운 하늘 하늘을 거스르려 구름을 일으키던 바다는 바다는 거스름의 끝 해를 삼키고서 아! 인고의 어머니! 수많은 별들을 토해내는 하늘이 된다 2009. 9. 4. 이전 1 2 3 4 ··· 10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