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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강남스타일의 성공요인

서울신문에 10월 4일자로 기고한 글 <강남스타일의 성공요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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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바이런의 말처럼 ‘자고 일어나 보니 유명해졌더라.’는 일이 가수 싸이에게 일어났다. 그것도 전 세계적으로 말이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빌보드 차트에서 마치 로켓처럼 순위가 치솟았고, 아마도 이번 주엔 1위를 하게 될 거라 한다. 세계 35개국에서 아이튠스 다운로드 1위를 차지했으며, 유튜브 최다 ‘좋아요’로 기네스 기록에도 올랐다. 매일 K팝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강남스타일’ 때문에 요즘 우리 국민들은 연일 즐겁다. ‘강남스타일’ 한 곡이 끝나는 4분 동안 ‘말춤’을 추는 것만으로 20㎉를 소모할 수 있다니 건강에도 좋고 또한 즐겁다. 온 국민이, 전 세계가 ‘말춤’에 흠뻑 빠져들고 있다.

이러한 파급력으로 미루어 ‘강남스타일’이 어쩌면 유럽발 경기침체로 바짝 움츠러들어 있는 우리 경제에도 새로운 활로를 열어줄 것이라는 즐거운 상상도 해 본다. ‘강남스타일’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1조원이라고 한다. 예컨대 ‘강남’에 대한 관심으로 한국관광의 기대가 높아지고, 세계에 불고 있는 싸이와 K팝의 열풍으로 수출 증가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강남스타일’의 성공요인은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세계인의 마음을 이렇게 꽉 사로잡고 열광시킬 수 있을까? 

첫째, ‘강남스타일’은 뭐니뭐니해도 신나기 때문에 큰 성공을 거두었다. 사람을 신나게 하는 것처럼 중요한 것은 없다. 현대에 와서 중요해진 것 같지만, 예전에도 마찬가지로 중요했다. 사람의 본성이기도 하니까. 요즈음 불경기 등으로 살기가 팍팍해져서 더욱 신나는 것이 절실하지 않을까. 신난다는 것은 무엇인가? 사람을 행복하게 하고, 일하는 능력을 높여 준다. 논리를 앞세우다 보면 딱딱해지고 하품만 나게 된다. 비디오를 보면 앞뒤 논리와는 상관없이 장면 장면이 재미있다. 한마디로 웃긴다. 잘생기고 아름다운 배우의 멋진 연기보다는 보통의 사람들이 신명나게 한판 즐기는 모습이다. 춤도 쉽고, 멜로디나 가사도 편안하다. 말하자면 평범한 B급 모음이다. 심각하지도 않다. 일상에서 걱정근심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사람처럼 큰소리 떵떵 치는 가사도 재미가 있다. 그래서 파고든다. 우리의 회사생활이나 정치도 이렇게 신나고 재미있었으면 좋겠다.

둘째, 개방성이다. 저작권을 내세우지 않고 패러디를 자유롭게 허용했다. 극히 일부만 비슷해도 표절 운운하기 일쑤인데, 거의 유사한 내용의 패러디가 판을 치고 더구나 그 패러디가 유튜브 접속 수 50만이 넘는다는데도 아무 문제가 없다. 오히려 수많은 패러디 때문에 하나의 음악장르가 될 것 같은 분위기다. ‘강남스타일’의 개방성에서 오히려 더 귀하게 취하고 싶은 것은 글로벌하다는 데 있다. 싸이는 미국을 비롯해 유럽과 세계인의 정서를 제대로 이해했고, 한국말 가사가 세계 각국에서 그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미국에서 그리고 세계에서 더 유명해진 다음에 국내에서도 유명해지고 있다. 이제 세계는 하나다. 우리 기업이나 정치하는 분들도 좀 더 개방적이었으면 좋겠다.

셋째, 싸이는 또한 독특한 자기세계를 고집했다. 같은 방식으로 한 우물을 파 왔다. 그러다가 세상의 이목을 받게 되었다. 누구나 비슷하게 하는 것은 감동을 줄 수 없다. 현대인들은 경험과 정보가 넘쳐서 못 듣던 것을 듣게 해주고, 못 보던 것을 보게 해주어야 감동을 받는다. 특별해야 한다. 창조적이어야 한다. 그렇게만 되면, 이제는 인터넷을 통해 순식간에 전 세계에 전파될 수 있다.

넷째, 우리 안에 깊이 내재된 말의 정서를 살려냈다. ‘강남스타일’에서 단연 손꼽히는 것은 ‘말춤’이다. 말은 인류의 오랜 친구다. 가장 가까이서 노동력을 제공하고 이동과 수송을 도우며 삶의 애환을 함께 해온 반려동물이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와 말은 인간의 삶에서 비켜나 다소 먼 존재로 여겨졌다. 그런 말이 ‘강남스타일’을 통해 갑자기 우리의 친한 친구로 다시 다가온 것이다. 좋은 상품은 이렇게 사람의 깊은 정서를 흔들어 깨워 감동을 준다. 기업은 그런 상품을, 정치인은 그런 정치를 만들어 우리 마음 속을 흔들어 주었으면 좋겠다. 싸이의 성공을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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