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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사는 세상

개념에 관하여

운전기사는 강북의 신사동으로 데려가서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이름은 같지만 서로 생각하는 장소가 달랐던 것이다. 우리가 하는 대화중에는 이렇게 표현은 같지만, 내용이 다른 경우가 많다. 아니 대부분의 경우 표현과 내용 사이에 다소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 상례라 할 수 있다. 다만 우리가 그것을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그것이 개념 차이다.

어떤 사람이 어느 지역의 사과가 참 맛있었다고 얘기할 때, 듣는 사람들은 각자 자기 나름의 사과를 생각하게 된다. 그 사람은 노란 사과를 말하는데 듣는 사람은 빨간 사과나 푸른 사과를 생각할 수도 있다. 크기도 각자 다를 것이고, 맛이나 씹는 느낌에 있어서도 생각이 각자 다르게 떠오를 것이다. 결국 각자 생각하는 사과는 차이가 있게 된다. 따라서 소통을 원활히 하려면, 대화를 할 때 중요한 개념은 뜻을 어느 정도 설명할 필요가 있다.

사람은 경험을 통해서 기억이 이루어지고, 그 기억을 바탕으로 형성된 개념들을 사용해서 이야기를 하고 판단을 하게 된다. 미국에서 일기예보를 보면 날씨온도가 바로 이해되지 않는다. 화씨 70도가 어느 정도 따뜻한지 섭씨온도에 습관이 된 사람들에게는 감이 오지 않는다. 몸무게가 120파운드가 나간다고 얘기를 하면, 그 무게가 어느 정도 되는지 킬로그램을 쓰는 사람들은 잘 모른다. 야드와 미터도 마찬가지다. 한참 계산을 해야 감이 온다. 그래서 경험을 공유한 사람들은 서로 이해를 더 잘 하게 된다. 그들은 일정한 부분에서 그들만의 공통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학교, 같은 지역, 같은 나라 사람들은 서로 비슷한 표현방식과 특별한 성향을 갖게 된다.

북한에서 탈출한 사람들이 한국에서 적응하는 데 많은 어려움들이 있다. 그런 가운데 자본주의나 시장에 관한 개념들을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다. 전혀 경험하지 못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같은 물건의 가격이 가게마다 시장마다 왜 다른지. 일자리를 자기가 구해야 하는 것이나 자리에 따라 보수가 왜 다른지 이해하기 어렵다. 회사의 구조나 주식에 대해서도 이해하기 어렵다. 설명을 소상하게 하더라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신사동이나 사과와 같이 구체적 대상은 조금만 설명을 하면, 어느 정도 분명하게 개념을 공유할 수 있다. 그러나 섭씨온도나 화씨온도, 야드나 미터, 도량형 등은 설명을 한참 들어도 그때그때 환산을 해야 한다. 그리고 가격이나 시장 등도 많은 경험을 통해 체득이 되어야 이해를 충분히 할 수 있다. 자유, 평등, 정의, 사랑 등 추상적인 단어들은 서로 공통적인 개념을 공유하기가 참으로 어렵다. 특히 이런 단어나 용어들은 이념이 곁들여 있어 더욱 더 공유하기가 쉽지 않다. 공산주의 국가에서 쓰는 민주주의와 자유주의 국가에서 쓰는 민주주의라는 단어는 개념이 크게 다르다. 외국어 사전을 보면 한 단어가 여러 가지 뜻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그 단어가 품고 있는 의미가 하나로 일치되지 않고 여러 가지 중복적인 의미가 있다는 뜻이다. 언어마다 용어의 개념 범위가 상당히 다르다.

사회란 수많은 사람들이 관계를 맺어가면서 살게 마련이다. 그러면서 끝없이 소통해야 한다. 소통이란 자신의 의도를 상대방에게 정확하게 전달하고, 상대방이 말하는 것을 가급적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다. 서로 대화를 하면서 엉뚱한 얘기를 하는 사람을 개념이 없는 사람이라 한다. 현대 사회는 개인들이 원자화 되면서 자기의 개념에 갇혀 살고 있는 막힌 사회이다. 역지사지의 능력도 부족하지만,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는 사회가 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이념갈등이 심한 사회가 되었다. 그래서 각자 사용하는 단어들의 개념의 차이가 너무나 크다. 서로 말이 잘 통하지 않는다. 토론을 해도 의견이 좁혀지기보다는 자기주장이 더 강화될 뿐이다. 이런 사회는 공동체로서 낙제점 사회이다. 좋은 공동체가 되기 위해서는 서로 사용하는 단어와 용어들의 개념이 비슷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학교, 가정, 사회에서 교육이 잘 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공동체의 공동가치가 형성된다. 공동가치는 강한 공동체의 뼈대가 된다.

출처 : 중소기업투데이(http://www.sbiz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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