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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생산성에 관하여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을 하면서 13억 명 국민의 식량문제 해결이 최우선 과제였다. 개혁개방을 제대로 끌어가기 위해서는 먹는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했다. 정부는 농업혁신을 위해 기존 집단농장을 더욱 강력히 작동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리고 산비탈을 개간하고, 간척지를 조성하는 농지조성사업은 물론, 농기계와 비료 등 농업자재도 늘리고, 농업 신기술을 확산하는 계획을 추진하고자 했다. 그러나 중국은 너무나 운이 좋았다. 이런 어떤 것도 본격적으로 시행하기 전에, 식량증산을 4~5년 만에 40%이상을 증산하는 방법을 찾았으니 말이다.
중국도 소련 등 모든 공산국가들이 운영하는 협동농장인 ‘인민공사’를 운영했다. 농장은 국가소유이고, 농민들의 생산량은 모두 인민공사의 소유였다. 농민들은 배급으로 생활했다. 그러니 농민들은 아무리 목표량이 제시되고 온갖 당근과 채찍을 동원하더라도 열심히 일할 의욕을 느끼지 못했다. 농자재 등 자원을 아낄 필요도 없었다. 그런데 1978년 안휘성의 농민들 18명이 위험한 모험을 시도했다. 18농가가 인민공사 전체 목표를 각자 분담하여 개별적으로 생산하고, 농가별 생산량에서 공사 목표량을 납부한 다음, 나머지는 각자 소유하기로 비밀협약을 맺었다. 이런 행위는 불법이어서 한 농가가 발각돼 처벌을 받게 되면, 다른 농가가 그 가족을 책임지도록 대비책도 마련했다. 그런 결과 이들은 첫해에 5배의 생산증가를 달성했다고 한다. 이들은 곧 들통이 나서 문제가 됐다. 그러나 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덩샤오핑은 그 진가를 파악하고, 처벌이 아니라 모범사례로 받아 들였다. 중국공산당은 서슴없이 1982년 이 방식을 농가책임제라는 정책으로 전국적으로 시행하였다. 이후 중국의 농업생산량은 급격히 증가했다. 경지면적은 오히려 줄어들고, 농기계 등 변화도 미미하고, 다른 특별한 제도적 변화가 없었는데도 말이다. 이런 농업 생산성의 혁신방식이 중국 개혁개방의 초기단계에서 강력한 선순환 추진력을 제공했다. 식량자급의 안정 기반을 제공하였을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식 시장경제 방식으로 추진하는 개혁개방에 자신감과 확신을 심어주었다.
생산성이란 생산에 투입되는 여러 요소들의 투입량과 그것으로 만들어진 생산량의 비율을 말한다. 생산성은 투입요소나 기준에 따라 다양하다. 그 중 노동생산성이란 생산에 투입된 단위 노동으로 만들어진 생산물의 양을 말한다. 그런데 어떤 상품을 어떤 사람은 한 시간에 10개를 만드는데, 어떤 사람은 15개를 만들 수 있다. 이럴 때 15개를 만드는 사람은 10개를 만드는 사람보다 생산성이 높은 사람이다. 즉 일을 잘 하는 사람이다. 이렇게 생산성은 사람마다 다르고, 기업이나 산업마다 다르다. 국가별로도 생산성이 높은 나라가 있고, 생산성이 낮은 나라도 있다. 같은 사람이라도 일이 능숙해지면 생산성이 오르게 된다. 더 배우고, 장비가 좋아지고, 방식이 혁신되면, 생산성이 훨씬 더 향상된다. 생산성은 결국 더 좋은 상품을 만들게 하고, 더 값싼 상품을 만들게 한다. 생산성은 곧 경쟁력이다. 그래서 기업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한다. 직원 교육, 기술자 스카우트, 첨단시설 확보, 공정과 경영혁신 등 생산성을 높이는 수단은 참으로 많다. 이런 모든 것이 응집되어 기업의 경쟁력이 되고, 기업의 경쟁력이 모여 국가의 경쟁력이 된다.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요인 중에 국가제도가 참으로 중요하다. 중국의 농업생산성을 올린 사례를 보라. 관련 상황에 큰 변화 없이 제도만을 바꾸었는데도 커다란 생산성 증가가 이루어졌다. 이것은 내가 노력하면 내게 그 성과가 온다는 희망을 주고, 그 희망은 땀 흘려야겠다는 열망을 분출했기 때문이다. 최근에 공산주의국가들은 국가계획 방식에서 자유 시장 방식으로 국가제도를 혁신하면서 눈부신 발전을 하고 있다. 개인의 욕망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개인의 가슴 속에 일어나는 열망보다 더 강한 인센티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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