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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평화로운 세상

평화로운 세상

장태평

여행길 아침

후줄그레 비가 내린다

질척거리고

옷이 젖고 몸이 젖고

그래서 짐이 더욱 무겁다

공항 수속은 더디고

어쨌거나 기다리던 시간과 함께

비행기에 오른다

후덥지근한 비행기 속

어두운 낮이 두려워서인가

이어지는 번개와 뇌성

비행기는 제 시간보다 조금 늦었지만

먹구름 속으로 돌진해 들어간다

도시는 거무스레 뿌연 창 밖으로 멀어진다

보통 때보다 더욱 간절해지는 기도

그러나 비행기는 금세

희고 고운 구름봉우리들 위에 있다

물기가 채 가시지 않은 비행기

파아란 하늘 속을 나르며

찬란한 햇빛을 받는다

아무렇지도 않은

너무나 평화로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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