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세상
장태평
여행길 아침
후줄그레 비가 내린다
질척거리고
옷이 젖고 몸이 젖고
그래서 짐이 더욱 무겁다
공항 수속은 더디고
어쨌거나 기다리던 시간과 함께
비행기에 오른다
후덥지근한 비행기 속
어두운 낮이 두려워서인가
이어지는 번개와 뇌성
비행기는 제 시간보다 조금 늦었지만
먹구름 속으로 돌진해 들어간다
도시는 거무스레 뿌연 창 밖으로 멀어진다
보통 때보다 더욱 간절해지는 기도
그러나 비행기는 금세
희고 고운 구름봉우리들 위에 있다
물기가 채 가시지 않은 비행기
파아란 하늘 속을 나르며
찬란한 햇빛을 받는다
아무렇지도 않은
너무나 평화로운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