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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기도

지금까지 덧없이 방황하였나이다
이제 작을지라도 가까운 것에
정성을 쏟게 하시되
어느 것에 집착하지 않게 하시고
그러나 가슴 떨리는 열정을 식지 않게 하소서

이제는 이별과 불행과 실패와 죽음이
삶의 과정임을 이해하게 해 주시고
그런 속에서 나에게 한을 남긴
모든 이를 용서하게 하시되
그러나 용서한 후에 번뇌하지 않게 하소서

지금까지 욕망이 넘쳐 눈멀었으며
단지 그것만으로 불행해진 적도 있었나이다
이제는 내 부족함을
더 채워 달라고만 기도하지 않고
내 가진 것으로 필요한 이에게 베풀게 하시고
다른 이의 아픔에 같이 우는 마음을 주소서

가끔은 자존심 때문에
가끔은 의로움 때문에
큰 것을 잃을 수 있게 하시되
그러나 잃은 것을 아쉬워하지 않게 하소서

먼 미래의 모습을 뚜렷이 보게 하시고
언제든 나를 태워 밝힐 때를 기다리는
양초 하나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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