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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활동

우리 농어업은 큰 형님 산업입니다



얼마 전 우연히 TV를 보다가 우즈베키스탄에서 시집 온 사람의 대담프로를 들었습니다. 이 분은 30세로 우즈베키스탄에서 상당히 유명했던 TV엥커였습니다. 한국에서 살기 시작한 지 5년이 되었다고 합니다.

우리 MC가 질문을 했습니다. "낯선 곳에서 얼마나 힘드셨습니까? 제일 힘들었든 것이 무엇인가요? " 으레 하는 질문이지요.
이 질문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이렇게 대답을 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참 이상해요. 힘들다는 말을 너무 많이 해요. 이럴 때도 힘들다, 저럴 때도 힘들다. 저는 힘 하나도 안들었어요. 저는 너무 행복해요. 4살 짜리 딸도 생겼구요. 사랑해 주는 남편도 있구요. 행복한 우리 가정이 있잖아요. 너무 좋아요. 우리 우즈베키스탄에서는 힘들다는 말을 안해요. 어려워도, 좋다고 말을 해요."

저는 이 말을 들으며 가슴이 크게 요동을 쳤습니다. 이 아주머니는 물론 낯선 이국 땅에서 여러 가지로 어려웠겠지요. 그러나 생각을 달리 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일을 하고 나서도 "고생했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비슷하지만, "수고했다"고 하면 어떨까요? 이번 신년 인사회에서도 가는 곳 마다 "우리 농업은 힘들다."  "우리 어업은 힘들다." " 작년에 힘든 가운데 고생 많으셨습니다."하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습니다.

저는 장관으로 취임한 이후 격려사나 축사 등 인사말에서 어렵고 힘들다는 표현을 가급적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농어업이 물론 어렵고 힘든 면이 있지요. 그러나 식당을 운영하는 분들이나 택시를 운전하는 분들이나 배를 타는 선원들이나 모두 어렵고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휴전선에서 국방의 의무를 하는 장병들도 힘들고, 노동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도 어렵고 힘들지요.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분들도 마음을 조리며 땀 흘리기는 마찬가지이지요. 이 세상에 어렵지 않은 일이 있을까요? 사실 이 세상을 산다는 것이 고행이지요. 그래서 어렵고 힘들다는 것이 어떤 분야의 특징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올해는 우리 농어업이 당당한 산업으로 대접을 받고, 우리 농어업인이 자긍심과 자신감을 갖는 시작의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슬픈 일이 있어도 눈물을 참으며, 아픈 일이 있어도 이를 깨물고 우리 할 일을 하는 어른스러운 자세가 필요합니다.
우리도 일이 끝나면, "고생했다"는 말보다 "정말 잘 했다!" "정말 열심히 했다!" "그래, 고맙다"고 말해 주면 어떨까요? 복(福)이 복(福)을 불러 오고, 희망이 희망을 불러 옵니다. 부정적인 말이나 절망의 말을 가급적 쓰지 않았으면 합니다.

사실 우리 농어업은 가장 오래 되고 가장 오래 갈 모든 산업의 맏형님 산업입니다. 그래서 큰 형님 노릇을 했으면 합니다. 비록 조금 가난하게 살아도 형님답게 당당한 모습을 보였으면 합니다. 그리고 우리 농어업은 모든 산업의 기초가 되는 기초산업이기도 합니다. 중요성을 특별히 강조하지 않아도 당연히 중요한 맏형님 산업이지요.

우리나라의 현대화 진행은 새마을 사업이 크게 역할을 했습니다. 새마을 사업은 농어촌에서 시작되고, 또 그 중심역할을 농어촌이 수행하였습니다. 이제 우리는 더 큰 대한민국을 이루어야 합니다. 세계의 주변국가에서 중심국가인 선진국가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이제 마인드를 바꾸고, 시스템을 바꾸고, 방식을 바꾸어야 합니다. 새마음으로 무장해야 합니다. 이런 역할을 다시 우리 농어촌이 앞장섰으면 합니다.

우리가 힘을 합쳐 노력하면 못할 일이 없다고 봅니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인도에 다스라트 만지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칼바위산에 둘러싸인 산골에서 살았습니다. 부인이 산에서 미끄러져 머리를 다쳐 피를 흘렸으나 88km나 되는 산길을 돌아 병원에 갈 수가 없어 부인이 결국은 죽었습니다. 그는 부인을 묻고나서, 망치 하나와 정 하나를 가지고 바위산을 뚫기 시작했습니다. 터널을 뚫어 길을 내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처음 마을 사람들은 만지가 부인이 죽어 미친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22년이 걸려 넓이가 2.3m인 915m의 터널을 뚫어 길을 만들었습니다. 훈장과 상금을 주겠다고 정부가 나섰지만 거부했다고 합니다. 특히 상금에 대해서는 내가 먹을 게 있고 쓸 데가 없는 데 왜 돈을 받느냐고 했다고 합니다. 현재 그는 비만 오면 6.5km로 갈라지는 지역을 이어 주는 다리를 맨손으로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지역 주민들은 만지를 신(神)으로 부른다고 합니다. 그래서 다리도 성공적으로 놓아질 거라고 모든 주민이 믿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의지와 열정이 있다면, 무슨 일을 못하겠습니까?

제가 이번 해에 마부작침(磨斧作針)을 좌우명으로 삼은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도끼를 갈아 침을 만드는 마음으로 우리가 모두 힘을 합쳐 "될 때까지" 노력하면, 우리 농어업의 선진화도 크게 앞당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국운상승에 큰 대들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우리 농어업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