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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치의 주인은 국민이다

정치의 주인은 국민이다

 

  야당의 분열을 보면서 우리나라 정치의 실망스런 모습을 다시 한 번 보게 되었다. 분열의 발화점은 서로 표현은 하지 않지만, 세력 간에 결코 놓칠 수 없는 공천권 싸움이었다. 여당도 마찬가지로 공천과 관련하여 원칙에서부터 팽팽하게 대립했다. 선거를 앞두고 이루어지는 당권경쟁과 분당싸움은 결국 공천권과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는 지역별로 지배적 정당이 존재하고 있다. 그래서 공천권의 위력이 강하다. 사실 지역갈등은 정치인들에 의해서 악용되었고 심화되었다. 국민들도 이들의 선동에 현혹되어 이를 부채질하였다. 여기에 경쟁이 극도로 제한되어 운용되고 있는 선거제도와 정당제도가 이를 더욱 고착화 시키고 있다. 그래서 공천이 곧 당락을 결정하거나 결정적 영향을 주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당권에 굴종하게 되었다. 외향적으로는 현대적 정당인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전근대적인 완력집단과 흡사하다. 우리나라 정당과 정치제도의 대변혁이 필요하다.

  완력집단의 조직원들은 보스에 대해서는 비굴할 정도로 굽실대지만, 부하들이나 외부 사람에 대해서는 한없이 으스댄다. 우리 국회의원들이 이와 흡사하다. 이번 선거법 개정만 하더라도 그렇다. 헌법재판소에서는 심사숙고하여 투표권의 등가성을 지향하되 현실여건을 최대한 고려하여 선거법의 위헌결정을 하였다. 그런데도 개별 의원들은 토를 달고 저항하고 있다. 심지어 농어촌지역의 선거구에 도시지역을 일부 떼어주는 게리맨더링을 하겠다고 하면서, 선거가 다가오고 있는데 선거구 획정도 못하고 있다. 입법권을 가지고 있다고 이렇게 마음대로 해도 되는가?

  이런 안하무인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의원들은 대선공약으로 확약했던 기초단체 선거의 당 공천제 폐지를 멋대로 유보시켰다. 이렇게 하여 모든 기초단체장들과 국민들의 염원을 무참히 밟았다. 의원특혜를 축소하겠다던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수많은 의원들이 사법처리 되었고, 비리와 부조리한 사례가 부지기수로 노출되어도 부끄러워할 줄 모른다.

  의원들이 이런 초법적 행태를 보이는 근저에는 민주정치의 기본을 모르는 데에 그 원인이 있다. 민주정치가 무엇인가? 국민이 권력의 주인인 정치이다. 따라서 어떤 세력이 정권을 잡아도 진정한 권력의 주인은 국민이다. 따라서 정권을 잡아도, 또 국회의원에 당선되어도 자기네 마음대로 해서는 안 된다. 주인인 국민의 눈치를 보면서 위임받은 범위 내에서 정치를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자기네가 주인이라고 생각한다. 권력은 투쟁을 통해서 대가를 치르고 빼앗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권력을 쥔 다음에는 주인 행세를 하며 권력을 휘두른다. 옛날 생각이고, 잘못된 생각이다.

  정당의 경우에도 정당의 주인은 국민이 되어야 한다. 정당은 국가운영을 담당하기 위하여 서로 다른 방식으로 경쟁하는 정치적 단체이다. 국민의 선택에 따라 국회의원도 되고 정권도 담당하며, 국민이 원하는 것을 실천해야 한다. 따라서 정당도 국민의 것이다. 정당 운영비에 국고보조도 하지 않는가. 그런데 당권을 쥐었다고 해서 자기 파벌끼리 인사를 하고 공천권을 행사한다면, 이는 명백히 잘못된 것이다. 그리고 이런 정당이 정권을 잡게 되면, 반드시 그렇게 국가를 운영할 것이다. 공천도 국민이 공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 이런 방향으로 공천제도 개선이 논의되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반드시 진전이 있어야 한다.

  최근 야당은 분당 후 혁신이라는 명분을 내걸며 지역별로 탈당한 의원에게 치명상을 줄 인물을 찾고 있다. 지역의 당원들이 알아서 할 일인데 말이다. 결국은 공천권 다툼의 연장이 아닌가. 정치개혁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있는 신당파들도 끼리끼리 공천을 하고 줄서기를 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기존 정당의 행태를 똑같이 되풀이 한다면, 우리나라의 정치 미래는 없다. 국민들의 열화와 같은 정치개혁 열망을 수장시키는 것이다. 이번에 새로이 만들어지는 당은 정치의 주인이 국민이라는 철학을 철저히 인식하는 민주적 정당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기존 정당에 경종을 울리고 모범을 보여야 한다. 교섭단체가 안 되더라도, 몇 명 당선이 되지 않더라도, 그런 진정한 모습을 보여주는 정당이 되어 선진 민주정치의 초석이 되기를 기대한다.


(선사연, 2016.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