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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행정의 합목적성이 중요하다

행정의 합목적성이 중요하다

 

2016.2.3

 

  서울의 도로 정체는 참으로 심각하다. 주말엔 더욱 그렇다. 알면서도 부득이 차를 끌고 나오는 경우가 있다. 어느 날 이미 결혼식이 곧 시작될 시간인데 도로 위에 갇혀 있게 되었다. 초조하게 발을 동동거리며 좌회전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지만 차량 몇 대가 지나가면 어김없이 신호가 바뀌고 있었다. 좌회전만 하면 교통지옥에서 벗어날 것 같은데, 좌회전만 하면 그렇게 늦지는 않을 것 같은데, 거의 다 와서 시간이 무참히 흘러가고 있었다. 거리는 점점 차량이 많아져 혼란은 가중되고 있었다. 사고가 난 것인가? 오늘 무슨 날인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시간은 많이 흘러 어느덧 신호가 있는 네거리에 도달했다. 그런데 네거리에는 아무런 사고도 없었고, 열심히 일하는 교통경찰관이 있었다.

 

  그는 신호를 위반하며 좌회전을 하는 차량을 열심히 단속하고 있었다. 아마도 운전자들은 너무나 오래 기다려서 노란불에도 진행을 하고, 꼬리물기를 하면서 신호를 위반하는 사람도 있었으리라. 그는 위법 부당을 눈 뜨고 볼 수 없는 경찰관이다. 그는 교통 혼잡이 마치 신호를 위반하는 차량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단속하는 데 온 신경을 쓰고 아까운 시간을 보내며,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이를 본 운전자들은 더욱 움츠러들었다. 그가 이렇게 모범적으로 공무를 집행하는 동안 교통정체는 더욱 심해졌다. 갈 길이 바쁜 시민들은 짜증이 더욱 높아만 갔다. 조금만 생각하면 잘 해결할 수 있는 일인데, 답답하기만 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바삐 가야 할 길이었지만, 벗어나던 길을 멈추고 그에게 한마디 하였다. “좌회전 차량이 많아서 그러니 좌회전 신호를 길게 주세요.” 점잖게 말한다고 했는데 “알아서 하니, 간섭하지 마세요”가 돌아온 답이었다. 혹시 내 목소리에 짜증이 담아져 있었을까? 문득 의문을 가지며, 교통지옥을 빠져나왔다. 공무방해를 하면 안 되니까.

 

  평생 공무원으로 살았던 사람으로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행정이란 무엇일까? 국민에게 서비스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국민을 편안하게 해야 한다. 법과 원칙이 중요하지만,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그런 것들은 모두 국민이 원하는 것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다. 행정이 합목적적으로 이루어져야 제값을 한다.

 

  나는 그날 그 거리의 교통경찰관이 이렇게 해 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좌회전 신호를 더 길게 해서 빨리 차량이 빠져나가도록 해 주어야 했다. 평상시에도 그 거리의 교통사정을 심사숙고해서 살펴보고, 더 잘 맞는 신호체계와 도로체계를 생각해 주고, 그리고 필요하면 관련부서에 개선방안을 건의해 주었더라면 하고 말이다.

 

  요즈음 공무원들이 잘 움직이지 않는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앉아서 원칙과 규정만 얘기하고, 안 된다는 말만 한다는 것이다. 규제완화보다 더 중요한 것이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업무태도가 아닐까. 제도가 아무리 잘 되어 있어도 그 속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의 마인드가 이를 따라 주지 않으면 안 된다. 공무원들의 비전, 윤리, 태도 등 정신적 기반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이것이야말로 국가적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요체이다.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늘 생각하면서 공무를 수행해야 한다. 때와 경우에 따라서 필요한 대응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교통경찰관은 거리에 서 있는 단순한 거수기가 아니다. 교통을 물 흐르듯이 해결해야 하는 사람이다. 이것이 바로 모든 공무원에게도 적용되는 원리이다.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사회가 돌아가게 하는 것이 공무원의 역할이고 정부의 기능이다. 공무원이 원칙대로만 일하면 되고, 불법이나 비리만 저지르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은 불충분하다. 선진국으로 가려면, 공무원이 창의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일을 해결하는 해결사 역할을 해야 한다. 일을 잘못하면 많은 국민에게 불편과 직접적인 피해를 주게 된다. 그리고 불편을 하소연하는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래서 국민께 감동을 주는 공무원들이 많은 나라가 되기를 꿈꾸어 본다.


 


[기사출처] [서울신문-오피니언-수요 에세이] 행정의 합목적성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