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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

배려는 사랑의 출발

어떤 아주머니의 이야기입니다. 그 아주머니는 혼자 사는 노인들을 집으로 모셔다 드릴 때, 집 앞에서 헤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집안까지 함께 들어가서 잠시 이야기라도 나누다가 나온다고 합니다. 노인들이 혼자서 문을 열고 집에 들어가는 것이 외로움을 실감나게 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특히 어두운 밤에 노인들이 혼자서 빈집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은 외로움을 넘어 두려움까지 안겨 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우리 부모님까지도 깜깜한 밤중에 혼자서 문을 열게 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크게 힘들이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이 작은 일을 왜 우리는 하지 못하고 있을까요. 조금만 생각하면 할 수 있는 일인데, 배려가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을 느끼고, 느끼는 것을 믿습니다. 그래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하여 혹은 작은 것에 대하여는 느끼지 못하고 소홀히 하게 됩니다. 그러나 마음을 두게 되면,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심지어는 보이지 않는 것까지도 보게 되고 느끼게 됩니다. 우리가 산길을 갈 때 이름 모르는 작은 들꽃을 지나치기가 쉽지만, 그 들꽃을 눈여겨본다면 그 들꽃의 아름다움을 깊은 마음으로 보게 됩니다. 시간이 있어 마음을 두고 더 찬찬히 본다면, 꽃집에 있는 화려한 이름 있는 꽃에 못지않게 그 꽃도 아름답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래서 황홀한 마음을 갖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마음을 주고 신경을 써주는 것이 사랑이 아닐까요?

마음을 쓴다는 것은 꼭 그것이 커야하는 것은 아닙니다. 사소하고 작은 것이라 할지라도 사람들을 무한히 기쁘게 하고 감동시킵니다. 등산을 할 때 오르는 사람은 무척 힘이 듭니다. 그래서 내려가는 사람이 잠시 오르는 사람에게 길을 비켜주면 양보 받는 기쁨이 평상시보다 훨씬 큽니다. 그러다가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조금만 힘내세요.”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감동이 더 큽니다. 설사 정상이 아주 멀어서 그것이 거짓으로 밝혀진다 하더라도 말입니다. 어쩔 때 상대방이 실수를 하면, 모른 척 슬쩍 외면하는 것도 배려라고 할 수 있겠지요. 어느 외국 부부의 이야기입니다. 무뚝뚝한 남편과 상냥한 부인이 잘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아름다운 부인은 한 가지 불만이 있었습니다. 식사 때마다 항상 남편은 빵의 가운데 부드러운 부분을 먼저 먹어버리고 가장자리 딱딱한 부분을 부인에게 남겨 주었습니다. 결혼 50주년이 되는 날에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부인은 울면서 말했습니다. “당신은 정말 나쁜 사람이에요. 평생 동안 나는 딱딱한 가장자리 빵만 주고, 당신은 부드러운 좋은 빵만 먹더니, 오늘 같은 날은 한 번쯤 양보할 만도 한데... 오늘 마저 이럴 수 있어요?” 하면서 울었습니다. 할아버지는 너무나 놀랐습니다. 평생 아무 말이 없던 부인이 이렇게 화가 날 줄은 상상할 수조차 없었기 때문입니다. 한참 후 할머니가 어느 정도 가라앉아 흐느끼고 있을 때 말했습니다. “여보, 미안해요. 사실 나는 바삭바삭한 빵의 가장자리를 너무나 좋아해서 내가 먹고 싶었지만, 결혼하면서부터 사랑하는 당신한테 주었던 거라오.” 이 말을 들은 할머니는 뒤늦게 할아버지의 진심을 알고 너무나 행복했다고 합니다.

어느 부부가 있었습니다. 남편은 교통사고를 당하여 그 후유증으로 반신불수가 되었습니다. 부인은 생활비를 벌기 위하여 새벽 일찍 시장에 나가 하루 종일 장사를 하였습니다. 새벽에 나가면서 식구들의 밥상을 차려놓고 나갔습니다. 그러나 저녁에 들어오면 널브러진 밥상은 치워지지 않은 채 방안이 엉망이 되어 있어 항상 짜증이 났고, 결국에는 모든 식구들을 미워하게 되었습니다. 자기는 하루 종일 식구들을 먹여 살리려고 밖에서 갖은 고생을 다하는데, 애들은 그렇더라도 남편까지 손발 하나 까딱하지 않고 먹는 것만 축낸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식사를 같이 하게 되었습니다. 남편이 밥을 먹는 모습을 보니 가관이었습니다. 손이 떨리고 자유롭지 못해 숟가락이 입에 제대로 닫지가 않았던 것입니다. 밥 한 숟가락을 뜨는데 한참이 걸리고, 대부분의 밥풀이 방바닥에 떨어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것을 보고서는 한없이 울었다고 합니다. 온 가족이 부둥켜안고 눈물바다가 되도록 울었다고 합니다. 남편이 그리고 아빠가 그렇게 고생하는지 식구들은 몰랐던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사랑은 상대방의 처지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잠시라도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고, 잠시라도 상대방의 마음을 읽어 주는 것입니다. 역지사지라는 말이 그 말입니다.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면 상대방을 더욱 이해하게 되어 상대방의 깊은 마음이 보이게 됩니다.

환우 여러분! 그리고 가족 여러분! 지금 어려움이 많을 것입니다. 그럴수록 상대방을 배려해 보세요. 거기에서 오히려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겨날 것입니다. 그 사랑의 힘으로 어서 완쾌하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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