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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56

굽어 자란 소나무 이리 뻗어 오르다가 또 저리 뻗어 오르는 굴곡 어렵사리 현실에 순응했던 삶 이제는 훤출 넉넉한 몸피 더욱 아름다운 자태 2009. 8. 27.
파도 그렇게 멀리서 씩씩거리며 달려와 그리웠단 말 하기도 전에 몸부터 부딪치고 울어 버린다 2009. 8. 27.
봄이 오는 날 봄은 딱 정해진 날에 오지 않는다 햇빛이 많은 곳에 먼저 오고 나무 가지 끝에 먼저 오고 내 사랑 사는 마을 끝 모퉁이에 먼저 온다 봄은 끝내 모든 곳에 오지만 말이다 봄은 딱 정해진 날에 오지 않는다 꿈이 많은 사람에게 먼저 오고 일찍 깨어난 사람에게 먼저 오고 눈빛이 고운 내 사랑에게 먼저 온다 봄은 끝내 모든 사람에게 오지만 말이다 2009. 8. 27.
출발 포구(浦口)에서 나와 대양에 서다 항해를 위해 하늘의 별을 보라 2009. 8. 27.
길섶에 들꽃 하나 길섶에 들꽃 하나 작은 바람에 떤다 느린 길 위에 바쁜 나그네 짧은 눈맞춤에 발길 멈춘다 세상엔 돌보다 많은 들꽃들 눈길을 주었던 들꽃은 북극성처럼 반짝인다 밤에 가장 큰 것은 낮에 가장 작았던 불빛 내 마음에서 가장 큰 것은 세상에서 가장 작았던 양심 작은 향기에 떤다 2009. 8. 27.
담장이 풀 전철 속 옆자리, 아주머니 품속에 꼬맹이 한 녀석이 붙어 있다 벽에 붙어 있는 담장이풀 같이 흔들리면서 나풀거리면서 힘이 넘치는 담장이풀은 내 벽으로 넘어 온다 내 뺨을 만지는 솜털 조막손 외롭던 나는 가슴이 따뜻해진다 그래, 담장이는 벽이 외로울까봐 벽의 외로움을 덮어주려고 벽에 붙어 자라는 것이다 벽의 큰 외로움을 품기에는 너무나 작은 조막손 그래서 무수히 많은 잎을 내놓는 것이다 몇 번이고 와 닿는 포근한 조막손 2009. 7. 12.